2011년 08월 11일
41g sugar.
# by | 2011/08/11 04:28 | Life | 트랙백
# by | 2011/08/11 04:28 | Life | 트랙백
# by | 2011/01/23 23:23 | Scrab | 트랙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by | 2011/01/10 20:07 | 트랙백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 박정만, 『잠자는 돌』고려원, 1979.
# by | 2010/11/04 13:05 | Scrab | 트랙백

# by | 2010/09/08 06:48 | Life | 트랙백
하나.
나중에 나중에
아주 나이 들어 나중에
무슨 일이든 희끗한 수염가 희미한 웃음으로 날릴 수 있게 되었을 그 때
이십 대의 희망도
삼십 대의 열정도
사십 대의 눈물도
오십 대의 좌절도
육십 대의 체념도
칠십 대의 웃음도
모두 경험적으로 알게 된 그 나중에
이제 막 팔십 대의 무언가를
어슴푸레 알까말까 한 그 때가 오면
그제껏 내 시간 속에 묵묵히 삭혀둔 이야기들을 꺼내어
작가가 되어볼까 싶다.
둘.
걸어보지도 않고 알아버린 길
선험적 깨달음으로 통찰해버리는 시간이라면
그 얼마나 밋밋한가.
땀방울로 적시고
감긴 눈을 부비며
가 볼 때까지 가 보고 그래서 후회할 만큼 후회한 후에
실험하는 사람으로서 충실하게 살았다, 라고 이야기하리라.
행여 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거든
햇살 좋은 오후나
바람 좋은 저녁에
담백한 마음으로 천천히 풀어내주리라.
셋.
전에 H가 요절한 천재시인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
난 그가 누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랭보라고 생각한다.
랭보가 과연 노년의 생에 대해 알까.
아마 랭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고 있었으니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노년의 생이 무엇인지 까마득히 모르겠으니
천천히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살아보겠다.
넷.
행여나 오해 마시라. 詩 아니다.
# by | 2010/07/23 20:31 | 트랙백
삶을 살아낸다는 건
황 동 규
다 왔다.
하늘이 자잔히 잿빛으로 바뀌기 시작한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마지막 잎들이 지고 있다, 허투루루.
바람이 지나가다 말고 투덜거린다.
엘리베이터 같이 쓰는 이웃이
걸음 멈추고 같이 투덜대다 말고
인사를 한다.
조그만 인사, 서로가 살갑다.
얆은 서리 가운 입던 꽃들 사라지고
땅에 꽂아논 철사 같은 장미 줄기들 사이로
낙엽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밟히면 먼저 떨어진 것일수록 소리가 엷어진다.
아직 햇빛이 닿아 있는 피라칸사 열매는 더 붉어지고
하나하나 눈인사하듯 똑똑해졌다.
더 똑똑해지면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이 가을의 모든 것이,
시각을 떠나
청각에서 걸러지며.
두터운 잎을 두르고 있던 나무 몇이
가랑가랑 마른기침 소리로 나타나
속에 감추었던 가지와 둥치들을 내놓는다.
근육을 저리 바싹 말려버린 괜찮은 삶도 있었다니!
무엇에 맞았는지 깊이 파인 가슴도 하나 있다.
다 나았소이다, 그가 속삭인다.
이런! 삶을, 삶을 살아낸다는 건....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이 간다.
# by | 2010/06/09 09:38 | 트랙백
누가 몰래 다녀갔을 때
황 동 규
어젯밤 누군가 담 넘어와 마당에 발자국을 남기고 갔다.
추억 속의 뜨락처럼
소리없이 문이 열려 있다.
담장에 세워둔 비 집어들고
담에서 채 기어 내려오지 못하고 걸려 있는
마른 담쟁이 줄기를 바라본다.
이상하다
뒤꼍에 숨어 있는 옆집 강아지가 마음속에 보인다
그의 젖은 새카만 콧등.
눈 위의 발자국을 비로 쓸어낸다.
# by | 2010/06/09 09:37 | 트랙백
조그만 사랑 노래
황 동 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by | 2010/06/09 09:3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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